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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훈기

[민훈기의 스페셜야구]코로나19의 여파에 휘청대는 MLB

민훈기 입력 2020.05.31. 12:34 수정 2020.05.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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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도 전에 봉급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구단과 선수노조

대한민국 KBO리그의 경기가 매일 미국 최대 규모의 스포츠 유선방송 ESPN의 전파를 타고 있지만 정작 종주국의 MLB 야구는 개막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미국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180만 명을 넘어섰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10만 명을 넘어선 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의 대책도 형편없고 지방 정부와의 협조나 조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언제 사태가 진정될지도 예측 불허입니다. 그러다보니 ‘미국인의 오락(America’s pastime)‘으로 사랑받는 야구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가 멈췄습니다. 우리도 스포츠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미국은 스포츠가 그야말로 삶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각종 단체 스포츠나 개인 스포츠를 즐기는 게 일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의 시대 속에 미국인들은 야구 관전을 즐기기는커녕 이제 오히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구단주들과 선수들의 돈 싸움이 시작된 탓입니다.

미국내 모든 야구장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최근 구단주들이 MLB 선수 노조에 던진 제안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시즌을 가능하면 7월에는 시작한다.(상징적으로 7월4일 독립기념임에) 시즌은 대략 82경기 정도를 치른다. 그리고 저 연봉 선수들은 2020시즌 예정된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보장하되 고액 연봉자들은 협상을 통해 연봉 액수에 따라 20-40%까지만 보장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즌을 시작해도 무관중 경기를 할 수밖에 없고, 관중 수입의 비중이 워낙 크고, 중계 수익도 절반 이하로 줄고 모든 것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방안이라고 구단주들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몇 경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포스트 시즌은 어떻게 치를 것이며, 가장 중요한 코로나19 예방 매뉴얼 같은 것에 대한 언급도 없이 돈 전쟁부터 선포한 셈이 됐습니다.

선수노조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아직 답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MLB 사무국과 구단주 측에 구체적인 서류를 요청한 가운데 선수노조는 82경기 보다는 많은 경기를 치러야하며, 경기 수만큼의 봉급을 지불하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양측은 시즌이 축소될 경우 경기를 치르는 만큼의 봉급을 받는 것으로 의견의 일치를 봤는데, 이제 와서 구단주들이 다른 소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모욕감마저 느낀다는 강한 반응도 많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적어도 100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상당히 강경한 자세로 선수들의 협조를 요구하는 반면에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선수들이 임금 삭감을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제안에 대해 특히 고액 연봉자들은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구단주 제안대로 경기 수 무관하게 20%의 연봉만 받게 된다면 최고 연봉자 마이크 트라웃은 3766만6666 달러(약 466억원) 대신에 753만3333 달러(약 93억원)를 받게 됩니다. 고액 연봉자인 추신수와 류현진 역시 25% 정도로의 삭감을 감수해야 합니다. 류현진은 2000만 달러(약 247억원)에서 515만 달러(약 64억원)로 줄어들고, 올 연봉이 2100만 달러(약 260억원)인 추신수도 65억 원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를 뛰는 만큼은 그 비율의 연봉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선수 측의 주장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의 사태가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는 미국인데, 이렇게 양측이 돈을 놓고 다투게 된다면 상황은 갈수록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팬들의 시선은 이미 불만과 비난 일색입니다.

벌써부터 2020야구 시즌은 끝났다는 비관론이 퍼지는 가운데, 이제 야구는 더 이상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겠다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여론 악화 때문에 구단주나 선수노조가 어떻게 해서든지 1주일에서 열흘 이내에 합의를 끌어낼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습니다만, 과거에도 돈이 걸린 문제에서 양측은 좀처럼 양보와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적이 꽤 있었습니다.

만약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MLB 2020시즌은 사라지게 됩니다.

안 그래도 팬 층이 옅어지고 4년 연속 MLB 관중이 축소하는 가운데 만약 올 시즌이 취소된다면 미국의 야구팬들은 MLB 경기 없이 무려 17개월을 보내게 됩니다. 그나마 내년 봄에는 시즌이 제대로 시작된다는 가정 하에 그렇습니다. 연속성의 스포츠가 야구인데, 아마도 MLB는 사상 최악의 추락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올드팬들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숫자와 통계 야구에 점점 흥미를 잃고 있으며, 젊은 팬들은 훨씬 빠르고 운동량이 많은 프로농구 NBA나 격돌의 스포츠 NFL 그리고 e스포츠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거의 2년간 MLB 야구 경기를 안 하게 된다면?

미국 야구계의 안 좋은 소식은 그뿐이 아닙니다.

MLB 레벨에서는 돈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저 연봉에 오직 꿈을 향해 젊음을 던지는 마이너리그 환경은 끔찍합니다. 시즌 시작은 커녕 취소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는 가운데 팀 마다 선수 방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원 감축 소식도 이어지고 있고, 무급 휴직에 들어간 구단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캔자스시티 로열스처럼, 스몰마켓 팀임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그 선수단도 그대로 유지하고, 구단 직원들도 그대로 안고 간다는 팀도 있기는 합니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연봉만 삭감 조치하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구성원 전부를 로열스의 미래를 위해 보호한다는 감동적인 결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근 마이너리그 선수 29명을 방출했고, 마이너리그 방출 선수가 곧 1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오클랜드 에이스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지급하던 주급 400달러를 무기한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는 8월까지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임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만 16개 팀은 6월까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그래도 아주 적은 연봉을 받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이기에 보통 힘겨운 시절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추신수가 텍사스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전원 1000 달러씩을 지원했던 것처럼 최근 LA 다저스 데이빗 프라이스도 다저스 마이너 선수들에게 1000 달러씩을 지원하는 선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행은 극히 드문 사례일 뿐입니다.

이렇게 힘든 시절에 만약 가장 돈 많이 받는 MLB 프로야구 선수들과 가장 돈 많이 버는 MLB 구단주들이 돈을 놓고, 이익을 따지며 다툼을 이어간다면, 그래서 최악의 시즌 포기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MLB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라는 건 어려운 예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과 KBO리그는 최선을 다한 방역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좋은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미국과 MLB가 우리에게 배워야할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야구 세상의 판도마저 바꾸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Associated Press, The Athletic, yahoo.com, Bleacher Report, The Wall Street Journal 기록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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