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이별 앞둔 박주영

FC서울 박주영. 한국프로축구연맹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박주영(36)과 FC서울의 동행이 올해로 끝날 듯하다.

박주영은 서울의 간판스타다. 2005년 서울에 입단한 그는 만장일치 신인왕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펼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국가대표로도 큰 활약을 펼친 박주영은 2008년 여름 AS 모나코(프랑스)에 입단하면서 서울을 떠났다.

7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친 박주영은 서울로 돌아왔다. 2016시즌엔 사실상 우승 결정전인 전북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어 팀을 정상에 올렸다. 불과 2년 전인 2019년에도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쳤다. 컵대회 포함 36경기에서 12골을 넣었다. K리그에서 뛴 11시즌 내내 서울 유니폼을 입고 314경기에서 90골 31도움을 기록했다.

축구 천재도 시간을 이길 순 없었다. 지난해엔 4골에 그쳤고, 1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 시즌 박주영의 팀내 입지는 좁아졌다. 개막 이후 세 경기 연속 선발출전했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했다. 복귀 이후에도 간간이 교체로 뛰는 게 전부였다.

안익수 감독이 시즌 도중 부임한 이후엔 기회가 더 줄었다. 두 차례 선발로 나섰으나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9월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마지막으로 교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훈련도 비주전인 B팀에서 소화하면서 시즌을 마쳤다. 리그 17경기 무득점. 프로 데뷔 이후 공격포인트 하나 없이 시즌을 마친 건 처음이다.

서울은 외국인 스트라이커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후반기 톱으로 나선 조영욱이 8골을 터트렸지만, 이른바 '9번' 타입은 아니다. 파이널A를 넘어 우승권 도전을 위해선 골잡이가 필요하다. 박주영 입장에선 더욱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안익수 감독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박주영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안 감독은 "(강등권이라)너무 급하게 달려야 했다. 주영이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위기 상황을 벗어나려다 보니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배려하지 못한 점을)자책하기도 했다"고 했다.

다음 시즌 팀 구상에서도 사실상 박주영의 자리는 없어 보인다. 안 감독은 "어디를 가든 주영이다운 모습으로 이름 석 자의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는 행보를 할 것이다. 한국 축구에 좋은 메시지 전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박주영은 현재 가족이 있는 미국에 머물고 있다. 출국 전 구단과도 면담을 나눴다. 서울 관계자는 "박주영과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출전시간, 조건 등 여러 가지 부분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서울도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만큼 결별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박주영은 올해 A급 지도자 자격증 과정을 이수해 코치 선임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수로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구단으로의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박주영과 접점이 있는 팀이 유력한 행선지로 꼽힌다. 김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