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정우영의 믿음, "벤투호는 우상향 중.. 과정 있는 결과 만들겠다"

서호정 기자 2021. 10. 19. 16:3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정우영(알사드, 32)은 파울루 벤투 축구 A대표팀 감독이 큰 신뢰를 보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치른 A매치 37경기 중 22경기에 나서며 황의조, 김민재, 김영권(이상 29경기), 황인범(27경기), 손흥민(23경기) 등과 더불어 벤투호의 핵심 멤버로 통한다. 지난 3년 동안 벤투 감독 체제의 A대표팀이 어떤 철학을 갖고 과정을 소화했으며 그 안의 오르내리는 흐름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용, 김영권과 함께 A대표팀의 최고참으로서 주장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내 리더 역할도 분담 중이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이란 원정에서 가치가 큰 승점을 거뒀음에도, 일부 선수들에 대한 도 넘은 악플 테러가 그치질 않자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표팀 내 동료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지지가 쏟아졌다. 자신이 동경하던 선배 기성용처럼 이제는 후배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됐다. 


정우영은 A대표팀의 어떤 선수보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길 원한다. 지난 2015년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과정에서 처음 A대표팀에 발탁, 본선 3경기까지 모두 출전했지만 꿈의 무대까지 가는 과정에서 A대표팀이 받은 많은 의심과 비판을 되풀이하지 않고 싶다. 기성용과 구자철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중원의 리더가 된 것에 대한 책임감을 안정적인 퍼포먼스로 보여줘야 했다.


10월 최종예선 2연전을 통해 9월의 아쉬움을 털어낸 벤투호의 숨은 주역도 정우영이었다. 지난 9월 귀국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 중 확진자가 나와 자가격리를 하는 바람에 뛸 수 없었던 그는 시리아, 이란을 상대로 수비라인과 함께 후방을 지켜냈다. 그의 복귀와 함께 플랜A를 정상적으로 가동한 벤투호는 정우영과 센터백 조합(김민재, 김영권)이 중심이 되는 탄탄한 수비 밸런스의 뒷받침 속에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소기의 성과를 냈다.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향해 순항 중인 벤투호의 상황에 대해 정우영은 최근 주식 열풍과 함께 일상화된 표현 중 하나인 우상향으로 소개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결국 팀이 좋은 흐름 속에 장기적으로는 발전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표팀 소집을 마친 뒤 소속팀 알사드로 복귀한 정우영은 알가라파를 상대로 풀타임을 뛰며 팀의 6-4 승리에 기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알사드와 2년 재계약을 한 그는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으로부터도 변함없는 신임을 받고 있다. 다음은 정우영과 A대표팀과 관련해 가진 인터뷰다. 


- 10월 2연전을 잘 마쳤다. 소감과 평가를 부탁한다. 
9월 홈 2연전은 승점 6점을 꼭 챙겨와야 만족하는 상황이라 봤다. 1승 1무도 나쁘진 않았지만 결과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고 그걸 10월에 만회해야 했다. 이란 원정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출발했지만, 시리아와의 홈 경기를 통해서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출발은 지난 6월 2차 예선 3연전이다. 당시에 대표팀이 소집되고 훈련을 통해 준비할 시간을 꽤 가지면서 팀의 색깔과 안정감이 나왔다. 9월과 10월 최종예선을 거치며 그게 좀 더 뚜렷해 졌다. 이란전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팀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력이 왔다 갔다 하는게 아니라 점점 좋아지는 방향으로 우상향 된다고 팀 내부에서 느낀다. 그러면서 모두 자신감이 커졌다. 


- 이란전은 승리하지 못해 아쉽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1점이었다. 
아자디는 AFC 챔피언스리그를 하면서도 3차례 정도 더 가서 이번이 5차례였다. 이전 방문 때는 항상 경기장이 꽉 차서 그 분위기를 안다. 이번에도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무관중이라는 게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건 분명하다. 아자디 특유의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 이란 선수들이 더 힘을 내는 걸 많이 봤다. 고지대에서의 경기는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체감이 어렵다. 전반전부터 호흡이 턱 끝에 머물면서 안 내려갔다. 하프타임에 다른 선수들한테 물어보니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 점은 상대도 마찬가지니까 크게 경기를 좌우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잔디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경기 당일 깎았다고는 하는데, 하루 전 훈련 때 보니 심각했다. 그래서인지 양팀 모두 초반에는 조심스러웠다. 서로 결정적인 뭔가를 때리는 걸 부담스러워했는데, 경기가 진행되며 조금씩 치고 받는 양상으로 갔다. 개인적으로는 아자디의 특성을 감안하면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 아즈문, 타레미, 자한바크시 등 이란 공격진과 경기 내내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능동적인 수비 가담과 위험 상황을 미리 저지하는 것이 좋았다. 
벤투 감독님이 부임하고 난 뒤 항상 그런 역할이었다. 다만 이란은 우리와 전력이 비슷한 상대라 치고 받는 승부가 되고, 롱볼로 많이 밀고 들어온다. 다른 팀과의 경기보다 수비하는 비중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타레미는 유럽으로 가기 전 카타르의 알가라파에서 뛰었기 때문에 어떤 성향의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포르투갈로 가서 더 큰 역할을 하는 선수로 변모해 있었다. 이란 공격진은 역습 상황에서의 솔로 플레이가 좋으니까 우리가 수비 전체가 좀 안정감을 가져가자고 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도 이전 경기에 비해서는 빈도를 조금 줄이고 수비를 신경 썼다. 이란은 투 스트라이커를 쓴다. 우리 센터백 2명이 맨투맨으로 붙으면 뒷공간이 열릴 수 있다. 나는 그쪽으로 가는 공을 1차적으로 최대한 막고, 또 상황에 따라 상대 공격수를 센터백들과 함께 샌드위치로 방어하는 데 신경 썼다. 사실 아시아팀들 중 우리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커로 나오는 경우는 이란이 유일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이란전은 나를 포함해 모두가 다른 경기보다 수비 밸런스에 더 집중해야 했다. 우리가 실점만 하지 않으면 1~2골은 넣을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이 앞에서 위협과 압박을 가해 오지만 그걸 막아내면 반대로 중원에서는 우리가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벤투 감독님이 전술적으로 강조했다. 


- 그런 계획대로 우리가 상대 2명의 스트라이커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선수들까지 잘 통제하고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득점 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수비적인 대처가 완벽하지 못해 아쉬웠다. 
축구란 게 그런 흐름이 있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에서 득점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 팀이 물러서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 타이밍을 우리가 잘 극복했어야 했는데 공교롭게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완벽히 대응하지 못했다. 실점 장면에서 (김승규와 아즈문 사이로 빠진) 그 패스를 볼 때는 아웃이 되겠다 싶었다. 잔디가 길고 울퉁불퉁하다 보니 예상과 다르게 속도가 줄었다. 그 상황에서 나갈 거라는 예측으로 대처하지 말았어야 했다. 집중력이 떨어진 시간이었다. 설사 나갈지라도 뭔가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는데… 박스 안에 우리가 숫자적으로 많았는데 공교롭게 크로스까지 뒤로 넘어가면서 들어오던 선수(자한바크시)에 대한 체크가 부족했다. 너무 아쉽다. 막을 수 있었고. 그랬으면 역사를 쓸 수 있었는데… 


- 10월의 경기력을 본다면 9월에도 정우영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황당했을 것 같다. 대표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일찍 들어왔는데 하필 다른 탑승객의 문제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6월 2차 예선 종료 직후부터 최종예선을 머리 속에 계속 두고 소속팀에서도 준비해 왔다. 아쉽다. 시차적응에 예민한 편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몸을 올리고 싶었다. 마침 카타르 스타리그가 시즌 시작하기 전이라 차비 감독님의 허락을 받고 다른 선수들보다 일주일 일찍 들어왔다. 백신 접종을 다 마친 상태라 격리 면제 대상이라 파주NFC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샤워를 준비하는데 지역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가 입국하고 5일차였다. 당장 자가격리에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방침이니 무조건 따라야 했다. 개인 숙소를 구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경기는 중계로 지켜봤다. 9월에는 내가 아닌 누가 출전해도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크전의 경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홈 이점을 살리기 어려웠다. 레바논전부터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9월의 위기를 잘 넘긴 덕에 10월에 더 안정감을 찾지 않았나 싶다. 


- 이번 이란전 당시 전세기 효과를 누구보다 크게 체감했겠다. 
협회의 결정과 지원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유를 한번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경기를 치르고 이란으로 들어가니까 체력적인 소모가 더 크다. 외부에서는 사소한 차이라고 보겠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차이는 실제로 훨씬 크다. 이번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 9월과 10월의 벤투호는 뭔가가 극적으로 달라진 것인가? 아니면 이전부터 하고자 했던 것이 잘 된 것인가?
안정감의 면도 그렇고, 우리가 하려는 게 뭔 지 6월에 제대로 드러났다. 9월 첫 경기는 다시 시작하는 단계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의 컨셉은 그 전부터 일관되게 만들고 있었다. 그 과정의 사이 사이에 우리가 부족했던 점, 이걸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 거라고 선수들끼리 얘기했다. 감독님도 큰 틀은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것을 조금씩 바꿔갔다. 계속 동일한 전술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변화하면서 전진 중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 악플러들에게 쓴 소리를 한 이유… "누군가가 나서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 외부에서 불신의 시선이 꽤 있었지만 이번 10월을 통해 상당 부분 날렸다. 내부의 선수들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감독님의 시스템과 훈련, 하고자 하는 축구의 방식을 여전히 믿고 있다. 중간에 결과나 내용이 좋지 않으면 바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내부의 분위기도 거기에 휘말려 흔들릴 때가 있는데, 지금 A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중심을 잘 지키며 우리가 하려는 것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결과를 내야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었는데, 6월부터 그게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면서 좋은 경기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수정 보완해서 발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최종예선 잔여 일정 중 원정 경기가 많이 남았다. 본선행을 확정하는 목표 달성까지는 더 노력해야 하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팀이 돼 가고 있다.


- 이란전이 끝나고 이재성, 나상호 등 몇몇 선수들이 저주에 가까운 비난과 악플에 시달렸다. 직접 나서서 글까지 올리며 동료이자 후배 선수들을 지키려 했다. 굳이 나서서 입장을 표명한 이유가 궁금하다. 악플러들에게 같이 묶여서 공격받을 수도 있었는데? 
어린 시절 각급 대표팀에서 뛸 때 많이 겪은 상황이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도 많은 비난을 듣는다. 모든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A매치 한 경기 한 경기의 압박감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승리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누구보다 강하다. 평가받는 걸 거부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매 경기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란전은 정말 새 역사를 쓰고 싶어 모든 걸 걸고 뛰었다. 기대와 우려, 양쪽에 모두 승리로 화답하고 싶어서 선수들이 힘든 와중에도 이겨낸 과정을 잘 아는데, 이전에 본 어떤 악플보다 수위가 높은 충격적인 댓글을 봤을 때 기분이 정말 나빴다. 내가 당했을 때는 그냥 침묵하고, 참고 넘어갔는데 동료들이 당하는 걸 보니 이제는 좀 없어졌으면 하는 심정이 들었다. 내 글로 그런 행위가 사라지진 않을 거다. 그래도 그런 행동이 부끄러운 거라는 걸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고 지적해야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을까. 자신의 기분을 해소하기 위한 보복심으로 말미암은 말도 안 되는 댓글과 화풀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고참격이니까 내가 말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 알사드와 2년 재계약을 하며 동기부여와 안정감을 동시에 갖췄다. 이번 최종예선전을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하는 걸로 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했다. 그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우리 선수들 개개인을 위해서도 그런 진통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려는 건 아니다. 지금은 정말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보다는 팀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졌고, 결과도 그에 맞게 나온다. 아시아 지역의 수준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잠시만 잘못하면 삐끗한다. 이번에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 11월 열리는 2연전을 승리하면 상당히 유리한 위치로 간다. 희망적이지만, 동시에 그걸 이겨내야 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부담감도 따른다. 
중요하다. UAE, 이라크와의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 본선행 8부 능선을 넘는다고 생각한다. 최종예선은 당연히 결과를 내야 한다. 동시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목표가 있다. 뭔가 불안불안한 경기 속에서 '이겼으니까 됐어!'라고 안도하는 그런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충실히 준비해 온 과정을 통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 A대표팀을 지켜보는 분들에게 확신을 더 드리고 싶다. 11월에도 함께 노력하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