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이미 전설' 무고사 "내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은 인천에서 탄생한다"

서호정 기자 2021. 8. 5. 16:4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18년 2월. 인천유나이티드에 몬테네그로 국적의 젊은 공격수가 도착했다. 멋진 수염을 기른 그는 독일 2부 리그와 몰도바 리그에서 능력을 증명한 스테판 무고사였다. 제난 라돈치치, 데얀 다미아노비치 같은 몬테네그로 출신 공격수와 좋은 시너지를 냈던 인천이기에 무고사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는 개막전이었던 강원 원정에서의 데뷔골을 시작으로 첫 시즌에만 19골을 넣으며 인천 팬들을 흥분시켰다. 


2020시즌까지 3시즌 연속 두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무고사는 2021시즌 힘든 시간을 맞이했다. 동계훈련기간 중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았다. 몬테네그로에 급히 날아갔다 돌아왔더니, 이번엔 본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 코로나 치료를 받는 사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이 됐다. 코로나 치료와 자가격리 후유증으로 4월 중순이 지나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골이 터지지 않았지만, 팀은 초조해 하지 않았다. 새로 영입된 베테랑을 중심으로 무고사의 공백을 극복하며 버텼다. 구단과 팬들은 무고사의 아버지를 추모하고, 김현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은 무고사의 시그니쳐인 '스트롱 셀레브레이션'으로 함께 응원했다.


무고사는 자신의 5번째 경기였던 광주전에서 드디어 골을 터트리며 제 자리로 돌아왔다. 그 골을 시작으로 최근 6경기 중 5경기에서 득점을 해 냈다. 무고사까지 터지기 시작한 인천은 최근 3연승을 포함 7경기 연속 무패(4승 3무)를 기록하며 강등권을 벗어나 파이널A 진입을 노리고 있다. 


수원삼성과의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새로운 이정표도 달성했다. 무고사는 자신의 100번째 K리그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50호 골을 기록했다. 이미 인천 역사상 최다 득점자였지만, 이 기록으로 그가 얼마나 탁월한 골잡이인지 증명했다. 인천 구단과 팬들에게도 남다른 기록이다. 좋은 선수는 지키기 어렵다는 시민구단에 대한 편견을 깨고 두 차례 재계약을 통해 역대 최고의 공격수를 지키고 있다. 무고사는 인천과 2023년까지 계약된 상태다. 


이미 인천의 전설이 된 무고사는 제주 원정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도 팀과 도시, 팬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하루 뒤 그는 제주를 상대로도 멀티골을 기록, 올 시즌 10경기 7골의 흐름을 이어가며 인천에게 3연승을 선사했다. 


수원 원정을 통해 100경기 출전을 달성한 것을 축하한다. 팀 승리와 50골 도달이라는 기록과 함께 해 더 빛난 순간이었던 것 같다. 
100번째 경기에서 통산 50득점을 하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런데 멈추지 않을 거다. 난 늘 득점에 배가 고프다(I am always hungry for goals). 그리고 인천에서 더 많은 득점을 하기 위해, 인천에서 새로운 역사를 계속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평소의 무고사라면 이 기록은 자연스럽게 다가왔겠지만 올 시즌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아버지의 별세와 코로나 감염 등. 지난 힘든 시간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되어 갔다.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일이 됐다. 이 일로 더 강해졌으면 한다. 그리고 나의 가족과 나의 팀이 지금도 날 계속 도와주고 있다. 그들에게 모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 전지훈련 중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듣고 조성환 감독과 구단으로부터 일주일의 특별 휴가를 얻은 무고사는 몬테네그로로 향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챙기지 못했지만 생전 모습을 보고 돌아온 그는 구단의 조치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한국과 인천에서 4년을 뛰며 100경기 출전이라는 이정표를 세울 거라는 걸 상상했나? 2018년 당신이 인천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증명을 해야 하는 선수였지만, 이제는 모두가 신뢰하는 선수다. 
새로운 곳에 도전한다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난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고 팬들은 날 사랑하고 존중해주기 시작했다. 지금 난 이 팀 인천을 위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 경기가 기다려진다.


인천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최근에는 서울을 상대로 골을 넣고 둘째가 생긴 것을 알리기도 했다. 
맞다. 첫째딸 루시아에게 남동생이 생겼다. 내년 초 출산 예정이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내 대부분의 아름다운 순간은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모두 생겼고, 우리 부부가 무척 행복했기 때문이다. (※ 4월 인천의 한 병원에서 둘째 임신 소식을 확인했다. 루시아도 과거 인천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했고, 출산 예정일도 첫째 때와 비슷하다.)


팬들은 인천의 자랑, 송도 무씨라고 표현하며 많은 애정을 보낸다. 최근에는 경기장에 무고사 동상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할 정도다. 
(웃으며) 송도 무씨는 듣기 너무 좋은 별명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농담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팬들이 자주 말하다 보니 이것이 내겐 너무 큰 영광이라고 생각이 든다. 동상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모든게 고맙다. 인천 팬들은 내 마음 속에 최고로 남아있다. 그들은 그럴 가치가 있는 분들이다.


프로 축구는 자본주의 논리 위에 있다. 더 좋은 조건, 이적료 등이 선수 거취에 영향을 미친다. 인천은 무고사만큼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냈다. 물론 그 결정에는 인천에 남기 위해 재계약을 한 당신의 선택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와 내 가족이 인천에서 무척 행복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받는 사랑과 존중, 배려는 가치로 매길 수 없는 무척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인천에 남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인천에 있는 모든 사람들, 특히 인천 팬들이 날 믿어주고 존중해준다. 그들에게 매일 감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득점을 하고, 이게 모두에게 선물이 된다는 점이 무척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팀' 인천이 자랑스러웠으면 한다.


올 시즌의 인천은 다르다. 당신이 한국에 오고 지난 3번의 시즌은 이 시기 즈음에 늘 힘들고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희망으로 가득하다. 무엇이 인천을 바꿨다고 생각하나? 
3년 동안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많은 것이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인천은 K리그1 파이널A 안에 들 가치가 있는 팀이다. 경험 있는 선수들이 다수 합류했다. 그들과 함께 축구에 필요한 좋은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다들 훈련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도 얻고 있다. 우리는 그럴 가치가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되길 바란다.


득점 후에 하는 스트롱 셀레브레이션은 이제 인천 팬들에게 하나의 신앙적 의식이 됐다. 어떤 계기로 출발하게 됐나?
인천에서 1~2경기를 치르고 나서 동료들에게 "우리는 함께 강하다(We are strong together)"고 말했다. 위축되지 말고, 우리 모두가 뭉쳐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이것이 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인천 팬들도 그들의 시그니처로 여겨주고 있다. (※ 인천 구단은 무고사가 인터뷰에서 "We are strong"이라고 말한 후 한국어로 '인천은 강하다'라고 번역하여 포스터, 현수막 문구로 사용 중이다. 구단의 슬로건으로 굳어진 분위기다)


올 시즌 인천과 무고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남은 시즌의 목표가 궁금하다.
아무것도 예측하고 싶지 않다. 우린 그저 우리의 경기를 할 것이고 시즌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어날지 지켜볼 것이다. 우린 인천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팀을 자랑스럽게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치열하게 싸울 것이다. 인천은 강해야만 한다(must be Incheon strong).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골을 넣어서 팀이 순위표에서 높은 자리에 위치하도록 돕는 것, 지금 내게 목표는 그것뿐이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