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스캔들 혹은 쿠데타 '왜이래? 아마추어같이'[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21. 1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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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여자배구가 쌍둥이 학폭 논란에 이어 또 다시 체육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주인공은 바로 IBK 기업은행. 서남원 전 감독, 김사니 코치 겸 감독대행, 주장 조송화가 엮인 이번 스캔들은 가끔 있는 감독과 선수의 불화를 넘어 감독과 단장의 동시 해임과 문제가 됐던 코치의 감독대행 영전, 선수의 임의해지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에 더 여론이 들끓었다.

이번 기업은행 스캔들 혹은 쿠데타는 마치 개그 프로그램이 유행어를 떠올리게 한다.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왼쪽부터 김사니, 서남원, 조송화. 스포츠코리아 제공

▶사건 개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시즌 3위를 차지한 기업은행은 큰 전력 이탈이 없음에도 시즌 초 내리 개막 7연패를 당한다. 7연패 기간 막바지에 팀 주장인 세터 조송화가 숙소를 무단 이탈한 것이 밝혀졌다. 여기에 기업은행의 레전드이자 여자배구 첫 영구결번의 주인공인 김사니 코치도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했다. 모두 서남원 감독과의 불화가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송화-김사니의 이탈이 보도된 뒤 김사니 코치는 복귀했다. 뒤따라 조송화도 복귀했지만 다시 팀을 떠나 논란이 됐다. 그동안 체육계에서 선수와 감독의 마찰이 종종 있었지만, 코치까지 무단이탈한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문제는 기업은행 구단의 대처였다. 이탈 건이 논란이 되자 전격적으로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해임했다. 선수-코치와 감독-단장간의 불화에서 오히려 선수와 코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초유의 사태였다.

게다가 문제가 됐던 조송화는 임의해지를 신청했지만 본인이 동의하지 않아 임의해지가 반려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발생했고 김사니 코치는 오히려 감독대행으로 영전되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김사니-조송화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조롱글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기업은행의 대처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김사니 감독대행은 ‘새 감독이 오면 사퇴하겠다’며 수습했지만 감독과 단장을 몰아낸 코치, 그리고 조송화에 대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진실공방… 폭언의 범위는?

여기에 진실공방까지 더해졌다. 김사니 감독대행은 서남원 감독과의 불화에 대해 “모욕적인 말과 폭언을 들었다.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했고,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남원 감독은 “그런 일은 없다”면서 “차라리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공개했으면 좋겠다”라며 답답해 했다.

김사니 대행의 ‘폭언’ 발언 이후 그 폭언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송화가 훈련 중 내 말에 대답을 안 해서 김 코치에게 말 좀 시켜보라 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 말에도 대답 안 해, 코치 말에도 대답 안 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가 내가 한 말 중 가장 심했던 것 같다”는 구체적 예시를 들었다.

기업은행의 올림픽 3인방(김희진, 김수지, 표승주)도 “불편한 자리가 있었던 건 맞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폭언이 무엇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서 감독도 “당연히 불편한 자리가 맞다. 조송화를 두고 선수단 앞에서 질타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폭언을 했다는 사람은 있는데 지목받는 이는 ‘폭언이 뭔지 알려달라’고 하고 목격자들은 말이 없다. 자연스레 과거 행적을 통한 신빙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제공

▶기우는 여론과 근본적인 문제점은?

서 감독은 1996년부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6년부터 여자배구에 발을 들였다. 2013년부터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기업은행까지 약 8년가량 여자배구팀 감독을 했다. 오랜기간 코치-감독 생활을 하며 선수들에게 웬만하면 쓴소리를 하지 않는 ‘덕장’으로 알려져 있고 도로공사나 인삼공사 시절 선수들이 자진해서 "감독님 덕분에 더 좋은 선수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존경받았다.

반면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시즌에도 선수단의 태업 문제로 인해 전 감독이 골머리를 앓았고, 감독이 트레이드를 시도할 때 구단에서 트레이드 시도 사실을 선수단에게 알려 반발을 유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송화가 2억7000만원으로 세터 최고 몸값으로 영입된 선수임에도 기량하락이 뚜렷했다.

또한 '폭언'을 말한 김사니 감독대행은 "나도 선수로 쌓은 업적이 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는 감정적인 이유를 대고 있어 신뢰를 잃고 있다. 결국 ‘폭언’이 있었다면 어느정도 수위인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으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여자배구팀이 있는 고등학교가 20곳이 채 되지 않는 한국 배구의 실정에서 프로팀은 7개나 된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부분 프로를 선택지로 삼고 드래프트에 나오는 선수 중 40%가량은 프로팀에 입단한다. 남자축구의 경우 프로 진출 확률이 연령대별 1% 수준인것을 감안하면 프로배구의 문호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처럼 프로가 되기 쉽고 선수층은 얕다보니 조금만 실력있는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를 지키는데 혈안일 수밖에 없다. 은퇴를 선언했다가 1~2년을 쉬고 돌아오는 선수가 타종목에 비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선수층이 얕고 어린나이부터 프로에 진출하다 보니 지도자들은 합숙을 강제하며 강도 높은 훈련으로 팀 수준을 끌어올리려 한다. 남자배구는 대부분 숙소 문화를 폐지했지만 반대로 여자배구는 숙소문화를 고집하는 이유다.

그렇다 보니 자유와 존중을 원하는 젊은 세대에 반발심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더 기량을 끌어올리길 원하는 지도자와 자유를 원하는 선수간의 마찰은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딜레마다.

또한 구단 역시 지나치게 감독 혹은 선수단에만 힘을 실어주는 ‘편들어주기’ 문화를 지양해야고 상식적인 운영을 해야한다. 최소한 감독을 임명했으면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게 도와주는 게 프런트의 역할이다.

명확한 설명없이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해임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일방적인 해임을 한 후 서 감독에게 잔여 연봉 지급을 거부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선수들 역시 철저하게 프로의식이 필요하다. 세상 어디에서 연봉 2억7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고 팀과의 임의해지 약속도 거부할 수 있을까. 불만이 있더라도 계약을 준수하고 코칭스태프를 존중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팀 레전드라도 감독을 꿈꾼다면 감독에 대한 존중을 먼저 보이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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