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디셉션 강점' 헤일리, 삼성의 니느님 될까

조회수 2019. 3. 5. 11: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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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⑨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저스틴 헤일리
▲ 삼성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저스틴 헤일리. © OSEN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 이후 사상 초유의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한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전력 이탈이 많았던 2016시즌  9위로 추락했고 이후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왕조 붕괴 이래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지 못한 것이 암흑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을 낸 외인 투수는 15시즌 피가로(13승 8패 ERA 3.38)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외인 투수 영입에서 연달아 실패한 삼성은 17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22.1이닝을 소화했던 현역 메이저리거 팀 아델만을 영입하는 등 노력을 했다.(다만 당시 신시내티 투수진이 붕괴했던 상황이라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임에도 의문 부호는 있었다). 

아델만은 왕조 붕괴 이래 영입한 외국인 투수 중 가장 좋은 성적(8승 12패, ERA 5.05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3.7)을 남겼지만, 기대처럼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잡진 못했다.

결국 아델만-보니야와 작별한 삼성은 새로운 투수를 찾아 나섰고, 덱 맥과이어(최대 95만달러)-저스틴 헤일리(최대 90만달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 중 금일 살펴볼 헤일리는 영입 금액 이상의 기대를 받고 있다.

# HISTORY

▲ 저스틴 헤일리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캘리포니아의 오렌지베일 태생인 저스틴 헤일리는 벨라 비스타 고교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고, 시에라 주니어 칼리지에서 2010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나선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46라운드 지명(전체 1380번)을 받지만 예정대로 프레즈노 주립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헤일리는 대학 리그에서 2년간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6라운드 지명(전체 211번)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한다.

2012년 A-팀, 2013년 A팀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고, 2014년에는 A+에서 시작해 AA에서 시즌을 마쳤다. 2015년 AA팀에서 다소 부진하며 승격하지 못하지만 2016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AAA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 때문에 보스턴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해 룰5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하게 됐는데  한시간 동안 무려 3번이나 팀을 옮겼다. LA 에인절스로 룰5드래프트 지명을 통해 이적 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현금 트레이드, 그리고 그 직후 미네소타 트윈스로 1대1 트레이드(↔미겔 디아즈) 된 것이다.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이적했기 때문에 2017시즌을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며 시작한다. 4월 5일에 데뷔전(1이닝 무실점)을 치뤘지만 이후 시즌 내내 부상(오른쪽 이두박근 건염,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5월 10일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7월에 방출되며 자신을 지명했던 보스턴으로 복귀했다. 2018년 AAA팀에서 선발로 뛰며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고, 부상자가 발생하자 메이저리그로 잠시 콜업되기도 했지만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됐다.

▲ 헤일리의 메이저리그 시절 투구 영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불펜으로 14경기 출장에 그치며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채 20대 후반이 된 헤일리는 결국 메이저리그 재도전 대신 해외 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최대 90만달러의 계약에 합의하며 2019시즌을 KBO리그에서 맞게 된 것이다.

# 플레이스타일

▲ 헤일리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장신(196cm)인 헤일리는 오버핸드 딜리버리에서 투구를 하며 높은 타점에서 공을 내리꽂는 스타일이다. KBO리그 타자들이 타점 높은 장신 외인 투수들에게 고전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측면이다. 

최대 장점은 크로스 스탠스의 독특한 투구폼으로, 뛰어난 디셉션 능력은 덤이다. 그의 투구폼은 그간 KBO리그를 거쳐간 여러 외국인 에이스를 연상시킨다. 과거 LG에서 뛰었던 주키치와 허프, 그리고 히어로즈 에이스였던 밴헤켄 등이 연상되며, 큰 키에서 느린 리듬으로 투구한다는 점에서 니퍼트도 연상시킨다.

최근 변형 패스트볼 구사도를 중요시하는 외인 트렌드와는 다르게 포심이 주 구종이다. 속구 평균 구속은 92마일(147km/h)대 전후에서 형성되는데, 불펜으로 나오면서 기록한 구속대인만큼 KBO에서 선발로 풀타임을 치룬다면 평균 구속은 90마일(144km/h) 정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 헤일리의 메이저리그(17~18) 구종 레퍼토리

© Baseball Savant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소수점 첫 자리 반올림)

헤일리는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총 4개 구종을 구사한다. 브레이킹볼 두 종류(슬라이더, 커브)와 오프스피드 피치인 체인지업 모두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평균 내지는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뛰어난 커맨드 능력과 디셉션 능력, 그리고 독특한 딜리버리를 바탕으로 성격이 다른 4개의 구종을 섞어서 타자에게 땅볼을 유도하는 타입의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 투수로 뛰었기 때문에 포심과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는 4개의 구종을 전부 잘 섞어서 사용했던 선발투수였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그리고 좌우 모두에게 커브와 포심을 섞어서 던지는데, 대다수의 투수들이 사용하는 접근법이다. 다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온 체인지업은 우타자에게도 구사하기도 한다.

▲ 헤일리의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히트맵

© Baseball Savant

메이저리그에선 불펜으로 기용된 헤일리가 꾸준히 활용했던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17시즌에는 81~82마일(129~131km/h) 정도의 구속대를 기록했는데 지난 시즌엔 87마일(139km/h) 정도의 구속대를 보였다. 커터성 슬라이더를 구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슬라이더의 정석적인 활용법대로 활용하고 있는데, 같은 손 타자(우타자)의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며 타자의 먼 쪽으로 흘러 나가는 궤적을 활용한다. 그라운드 볼러답게 땅볼 유도(GB% 16.18%)가 주 목적인 구종이며, 헛스윙(Whiffs% 11.76%)도 곧잘 이끌어냈다.


▲ 헤일리의 좌우(왼쪽부터)타자 상대 체인지업 히트맵

© Baseball Savant

아마추어 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 81마일(129~130km/h) 정도의 평균 구속을 보였다. 주로 존 밖(Strike% 13.21% , Ball% 45.28%)에 던지는 공이었는데, 슬라이더와 마찬가지로 땅볼을 유도(GB% 15.09%)했다. 다만 슬라이더와는 다르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헛스윙(Whiffs% 3.77%)을 이끌어 내는 구종은 아니었다.


▲ 헤일리의 좌우(왼쪽부터)타자 상대 커브 히트맵

© Baseball Savant

75마일(120km/h) 전후에서 형성되는 커브는 주로 유인구(Ball% 53.06%)로 구사했지만 존 안에 넣는 모습(Strike% 22.45%)도 종종 보였다. 헛스윙을 유도하지는 못했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슬로우 커브로 활용한다.

헤일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표본(ML통산 25.2이닝) 자체가 크지 않았고, 불펜으로 뛰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피칭과는 상이한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헤일리는 기본적으로 커리어 내내 뜬공 비율이 땅볼 비율보다 높았던 적이 없던 선수이며, 커브와 슬라이더를 익히기 위한 커리어 초창기를 제외하면 커맨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선수라는 큰 틀은 확실하다.

헤일리에게 리그 이동은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좌우의 존이 미국보다 비교적 넓은 KBO리그에서 뛰어난 커맨드 능력을 바탕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헤일리는 존의 경계선에서 타자를 현혹할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구속을 제외하면 KBO에서 실패할 만한 명확한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 비교

▲ 외국인 투수들 성적 비교.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헤일리의 독특한 크로스 스탠스 투구폼은 앞서 언급한  주키치, 허프, 밴헤켄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해당 투수들은 모두 좌완이라 직접적 비교는 힘들다. 다만 우완 중에서도 헤일리와 비슷한 면모를 보인 선투수도 있다.

큰 키와 오버핸드 딜리버리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 좋은 제구력, 그리고 느린 리듬에서 투구한다는 점은 KBO리그 외인투수로 통산 100승을 넘긴 더스틴 니퍼트를 연상시킨다. 변형 패스트볼이 아닌 포심을 구사하고, 비율의 차이가 있지만 던지는 구종 자체도 동일하다. 

마찬가지로 큰 키에 높은 타점, 좋은 제구력, 그리고 변형 패스트볼이 아닌 포심을 구사하며, 구종 옵션이 동일했던 삼성 선배, 레나도와도 공통점이 있다.

물론 헤일리는 땅볼투수고, 니퍼트와 레나도는 뜬공 투수였다는 결정적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이 둘의 성공과 실패에서 리그 정착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외에  커브와 슬라이더, 포심을 던졌고 큰 키와 높은 타점을 자랑했던 밴덴헐크와도 공통점이 있다.

물론 니퍼트와 밴덴헐크는 KBO 외인 투수 중 손꼽히는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던 투수다. 헤일리의 포심은 이들에 비해 구속과 구위 모두 아쉬운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구석 구석을 찌르는 커맨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체크 포인트

올시즌 새로 합류한 대다수 외국인 투수들이 그러하듯, 그라운드 볼러인 헤일리 역시 내야진의 수비력이 올해 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의 내야진은 3루 이원석, 1루 러프가 확정적이다. 주전 유격수가 아직 미정이지만,이학주와 김상수가 경쟁 중이며 승리자가 유격수 자리에, 그리고 남은 한명이 2루수 자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야 주전 라인업은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셈. 여기에 손주인, 김성훈 같은 선수들이 백업으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라운드 볼러가 활약할 수 있는 내야진은 구축된 상태다.

또한 헤일리가 투구 리듬이 다소 느린 선수기 때문에 도루 억제 능력도 체크해 볼 포인트다. 비슷하게 느린 투구 리듬속에서 투구했던 외국인 투수들은 이 점에서 고전했던 바 있다. 주전 포수인 베테랑 강민호와 함께 어떻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 헤일리의 스프링캠프 라이브피칭.

그리고 비슷한 하드웨어와 구종 옵션을 지녔던 투수들에 비해 구속과 구위가 아쉽운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KBO 레전드 니퍼트와 일본 이적 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밴덴헐크 모두 KBO를 거친 외인 중에 역대급 구위를 자랑했던 선수다.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기를 보내고 있는 KBO리그에서 헤일리가 타자들을  어느정도 제압할 수 있느냐가 성공에 직결될 체크 포인트다.

마지막은 최근 들어 연습하고 있는 스플리터다. 헤일리는 그동안 실전에서 구사한 적이 없던 스플리터를 최근 스프링캠프 라이브 피칭에서 꾸준히 구사하고 있다. 이 스플리터를 개막 이후에도 던질지, 또 던진다면 위력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다만 헤일리가 성격이 다른 구종들을 전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점은 스플리터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현재의 구종 옵션에 수준급 스플리터가 추가된다면 타자들의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헤일리는 올시즌 새로 외국인 투수 중 스타일이 가장 명확하고,  의문부호가 적은 투수다. 150km 이상의 속구를 쉽게 뿌리는 투수는 아니지만 제구력이 좋고 대부분의 요소가 평균 이상이며, 크게 모자라는 부분도 없다. 

과거 윤성환이 그러했듯 조용하지만, 꾸준하고,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헤일리가 삼성의 외국인 투수 악몽을 끝내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롯데 레일리처럼 장수 외인 투수로 자리잡게 될지 주목된다. (3월 5일 KIA 상대  선발 등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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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상평 & 순재준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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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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