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어떤 외국인 타자가 살아남는가?

조회수 2020. 12.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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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 파워의 핵심' 외인 타자, 성공의 키포인트는?


KBO리그에서 4년차 시즌을 보낸 로맥과 로하스(사진=OSEN)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있는 프로 리그에서,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이 선수들의 활약 여부는 시즌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출장 선수가 많은 야구는 종목 특성상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미치는 영향력이 타 종목에 비해 절대적이진 않다. 하지만 팀의 시즌 계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종목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긴 시즌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당연히 다음 시즌도 함께 하려 한다. 새로운 선수 영입에서오는 불확실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 속에 동행이 계속되면 과거 니퍼트나 레일리, 올시즌 MVP인 로하스나 SK 로맥처럼 KBO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사랑받는 외국인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성공하고 더 나아가 장수하는 것일까? 우선 타자들의 성공 조건부터 살펴보자.


# 전제 조건은 타격 생산력


주요 외인 타자들의 주요 타격지표 팀내 순위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외국인 타자의 필수 덕목이라면 역시 국내 타자들을 뛰어넘는 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유형의 타자이든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리그에서 통하기 어려운 타격 실력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이른 시간 내에 교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터와 해즐베이커, 반슬라이크, 파레디스 같은 선수들이 바로 그런 사례다. 

타격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이내 1군 타선에서 자취를 감추고, 2군에서 조정을 거치기조 하지만 대체선수 협상이 완료되면 즉시 방출된다. 선수층이 얇은 팀이 아니라면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팀별로 타순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역시 홈런을 많이 쳐주고 국내 타자들에 비해 뛰어난 타격 생산력을 보여야 한다.

러프와 로맥, 라모스와 같은 유형의 선수들이 미국야구에서는 대우가 점점 나빠지는 유형이지만 KBO리그에서 수요가 있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두산 페르난데스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타석에서 높은 생산성을 기대한다는 점은 결국 같다.

다만 구종의 편식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KBO 4년차에 MVP에 오른 로하스의 경우, 대체 타자로 영입된 2017시즌에는 패스트볼 계열에 무시무시한 타격을 보였지만 브레이킹볼 계열에는 약점을 보이는 등 구종별 대처력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데뷔 시즌 3할 타율(0.301)을 기록했고 OPS(0.911)는 0.9를 넘겼다. 세부적으로 고른 성적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리그 평균에 비해 뛰어난 성적을 남긴다면 디테일에서 미흡하더라도 당장 문제삼기 보다는 리그 적응을 통한 발전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타격을 제외한 다른 툴은 조율이 가능하다. 도루는 부상 방지를 위해 자제하기도 하고 수비 위치는 부담 완화를 이유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격 생산 능력은 타순과 상관없이 필히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롯데 마차도처럼 구단이 아예 작정하고 수비 툴을 중점에 두는 것이 아니라면 타격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2년차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디테일의 가미

2년차 외국인 타자 중에는 리그 적응을 통해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대 팀 역시 세세한 분석을 통해 도출한 공략법으로 약점을 파고든다.

외국인 타자는 KBO 투수들의 공에 익숙함을 느끼고, KBO리그의 투수들은 타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상태에서 시즌에 돌입하는 것이 첫 해와 가장 큰 차이가 될 것이다.

이 경우 강점을 더 강화하거나 아니면 약점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첫 해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현상 유지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의 기대치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팀의 포지션 수요, 선수가 갖는 한계에 대한 아쉬움, 평가에 관련된 선수-구단 간 견해 차 등이 재계약 기준에 점점 포함되고, 준수한 성적을 거둬도 동행이 끝날 가능성도 점점 올라간다. 급격한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선구안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호잉의 시즌 변천사. 타격이 해를 거듭하며 서서히 무너졌다.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대표적인 사례가 3년차 시즌에 퇴출의 비운을 피하지 못한 호잉이다. 호잉의 경우 사실 2년차 시즌 후반기에 징조를 보였다. 

첫 해보다 약간 나빠지긴 했지만 2년차 시즌 전반기까지 1:2 수준을 유지했던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 후반기에는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그 여파가 시즌 초반 계속되고 팀 성적도 최하위로 곤두박질치며 방출되고 말았다.

2017~18시즌 롯데 2루수로 활약했던 앤디 번즈의 경우도 2년차 시즌에 홈런(23개)을 제외하곤 공수에서 퇴보한 모습을 보여 재계약에 실패했는데 타격에서는 선구안과 더 나빠진 볼삼비가 발목을 잡았다.

1년차를 낯선 환경과 투수에 적응하며 보냈다면, 2-3년차를 거치면서는 노출된 장단점과의 싸움에 직면하게 된다. 

NC 알테어는 선구안과 이로 인한 볼삼비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됐고, LG 라모스는 잔류하게 된다면 득점권에서의 대처력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롯데 마차도는 수비 능력에 방점이 찍힌 경우지만 타격에서도 기복을 줄일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낙폭이 큰 변화구 계열 구종에 고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오프시즌 중 적어도 쉽게 속지 않기 위한 대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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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지 않더라도 발전하라

2-3년차 시즌까지 준수한 성적을 낸다면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해외 팀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보통은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하는 일본을 택하거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미국으로 컴백하곤 한다. 

에릭 테임즈와 다린 러프, 그리고 일본으로 향한 제리 샌즈나 윌린 로사리오 모두 2-3년의 시즌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음 행선지를 골랐다. 

KBO에서 3~4시즌을 보낸 타자는 1군 경력이 있는 투수들과는 대부분 영상분석 뿐 아니라 실제 대결까지도 가지게 되고 KBO의 시즌 흐름에 동화된 상태가 된다.  상대팀은 타자의 약점을 훤히 알고 있고, 타자 본인도 투수들의 공 궤적은 눈에 익고 자신의 약점을 노리다 던지는 실투를 역으로 노리는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게 된다.

KBO 5년차가 확정된 로맥은 KBO에서만 520경기 가까이 나섰다. 첫해를 제외하곤 3년 내내 wRC+ (조정창조득점력) 140대 전후를 내올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상위권 후보였던 팀은 9위로 추락했지만 최정과 함께 팀 타선의 중심에서 굳건한 존재감을 보였다.

성적 추락과 함께 변화가 필요했던 SK 구단은 시즌 중반 이후 테스트 목적도 겸해  킹엄 대체 선수로 타자인 타일러 화이트를 데려오며 그를 흔들었다. 

하지만 로맥은 좀 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볼넷/삼진 간 간극을 좁히며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8년에 근접한 성적과 개선된 지표를 들고 시즌을 마쳤다. 구종 상대 구종가치에서 모두 양수를 기록한 것은 덤으로, 이에 구단은 로맥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맺으며 5년차 동행을 결정했다.



로하스 타격 주요 지표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28세 시즌에 KBO로 온 KT 로하스는 미국 야구 복귀에 뜻을 두고 있었지만 그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첫해부터 지적받은 변화구 대처에서의 약점과 선구안을 계속 향상시켰다. 스위치히터로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해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인데, 그럼에도 미국 무대 복귀의 길은 열리지 않았다.


로하스 발전하는 브레이킹볼 상대 지표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과거 모든 종류의 브레이킹볼 대처력이 약점이던 타자가 올해는 구종별로 최소 .280의 타율을 기록했고, 구종에 관계없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진화한 것이다. 

외국인 최고 시즌을 남기고 KBO 최고의 아웃풋이 된 테임즈에 견줄 위치까지 올라선 로하스는  MVP와 골든글러브를 따내고 NPB 한신으로 떠났다.

[야구카툰] 야알못: '극과 극' 외국인 선수, 성공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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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행을 고민한다면?

*2020시즌 한-미 투수 주요 지표 비교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올시즌 KBO는 투수들의 삼진이 줄어들고 홈런 수치는 타고투저 시절로 어느 정도 회귀하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 리그와 비교하면 피안타 수치는 비슷한데 비해 삼진 비율 차이가 큰데, 투수들의 구위 차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파워히터 유형이 아닌 외국인 타자가 KBO 이적 후 타격 스타일을 바꿔도 통할만큼 쉽진 않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중심타자로 뛴 선수라면 KBO 투수들의 투구패턴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어느정도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2020시즌 타자 유형별 구종 비율

구종 비율에 있어서는 이 표에서 보이듯 슬라이더의 구사율이 커브보다 2배 이상 많아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보다 횡무브먼트가 강조되는 구종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NPB와 달리 스플리터도 적극적으로 구사하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 각지의 선수들이 오다보니 각기 강점이 달라 슬라이더-커브의 구사비율이 큰 차이는 나지 않는 반면 KBO는 주류구종이 명확하다. 

또한 미국(포심비중 약 35%)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포심 중심성이 강하다. 팔각도가 낮은 투수들을 제외하면 포심 이외의 구종이 레퍼토리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들이 몇 안된다.

투구 레퍼토리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KBO리그로 이적한 외국인 타자들은 굳이 타석에서 많은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슬라이더 구종에 대한 대처 능력은 확실히 갖출 필요가 있다.

슬라이더를 맞추지 못한다면 최소한 존 밖의 공은 걸러내거나 제한된 컨택 기회에서 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든가 하는 우회 방식이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포심과 함께 이 두 구종에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첫 해 안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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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즌 초반 KBO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구 자체의 질까지 나쁘면 기다려 주는 대신 바로 교체 카드를 빼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에 비해 분석 기술이 비약적으로 세밀해졌기 때문에 해당 타자가 단순히 운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아예 대처가 안되는지를 구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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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비해 KBO리그행을 선호하는 외국인 선수도 늘어난만큼 판단시점이 당겨지고 인내의 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팀의 뎁스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반 리그 적응기에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는 것이 연착륙의 관건이다.

[기록 및 사진: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각 구단,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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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정강민 칼럼니스트/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카툰: 최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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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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