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어떤 외국인 투수가 살아남는가?

조회수 2020. 12. 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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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이방인 투수.. KBO리그 '느낌표' 에이스 활약의 조건은?


KBO 최장수 외인투수인 니퍼트와 MLB 복귀에 성공한 플렉센(사진=OSEN)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있는 프로 리그에서,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이 선수들의 활약 여부는 시즌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출장 선수가 많은 야구는 종목 특성상 외국인 선수 한 명이 미치는 영향력이 타 종목에 비해 절대적이진 않다. 하지만 팀의 시즌 계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종목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긴 시즌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당연히 다음 시즌도 함께 하려 한다. 새로운 선수 영입에서오는 불확실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 속에 동행이 계속되면 과거 니퍼트나 레일리, 올시즌 MVP인 로하스나 SK 로맥처럼 KBO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사랑받는 외국인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성공하고 더 나아가 장수하는 것일까?

지난 타자편에서 살펴본 바로는, 다재다능보다는 확실한 강점을 선호하는 리그 특성상 타자는 폭발적인 타격을 보이지 못할 경우 이전보다 의사결정 시간이 짧아져 초반 인상이 매우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칼럼] 어떤 외국인 타자가 살아남는가? (클릭)

그렇다면 외국인 투수들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에는 투수들의 성공 조건을 살펴보자.


# 구속만으로는 부족

타자의 방망이를 무력하게 하는 불 같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아직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평속 96마일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불펜 투수들이 흔하며, 최고 구속으로 100마일 가까이까지 올릴 수 있는 선발투수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에 그 정도 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매우 드물다.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올해 KBO리그에서 평균구속이 가장 빠른 국내 선발투수는 두산 이영하(19선발)로 평균구속 145.8km/h를 기록했다. 

[관련 칼럼]  '추락한 에이스' 이영하, 두산 아픈 손가락? (클릭)

이를 마일로 환산하면 90.6마일이 되는데 최근 2년 간 100이닝 이상 투구한 MLB 투수들 중 하위 15퍼센트에 해당한다. 외국인 투수를 선발할 때 일단 기본 구속을 중시하는 것도 국내 투수들에겐 기대하기 힘든 패스트볼을 던져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구속만 좋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신인 1라운드 지명 유망주 출신으로 기대를 잔뜩 모았던 터너(전 KIA)나 올해 역대급 빠른 공으로 기대받은 핀토처럼 구속만 빠를 뿐 난타 당하면서 한국 커리어를 망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커맨드의 부재, 구위가 구속에 미치지 못한다 등의 이유들 때문이었다.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SK 와이번스와 새로 계약한 윌머 폰트도 이런 위험군에 속하는 투수로 볼 수 있다. 폰트는 구속도 나무랄 데 없고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투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재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의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장타력을 이기지 못했고 마이너 시절의 확고부동했던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과 오프너 투수 역할을 전전하다 KBO로 이적했다. 그가 핀토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SK는 내년에도 힘겨운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커진다.



# 장대비는 피하라

먼저, 이 조건은 '피안타율이 3할 이상'을 넘어가는 투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피안타율이 3할 이상인 투수들은 단타 뿐 아니라 장타도 고루 허용하면서 외국인 투수들의 평균치에 비해 훨씬 높은 피 순수장타율을 보이곤 한다. 

2할 7푼대 전후반대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는 투수라면, 장타의 억제를 통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올시즌의 경우 KT 데스파이네를 이런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단타로만 막는다면 상대 타선은 연속 안타 2-3개로도 점수를 보장할 수 없다. 더구나 단타로 막을 수 있는 투수라면 안타를 때리기가 쉬운 투수는 아니라는 뜻도 된다. 반면 장타는 다르다. 다득점이 나온다면 대부분 장타의 힘이 포함되어 있다.

더욱 무서운 건 장타의 잦은 허용은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타 허용 빈도가 높아지면 코너웍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게 되고 스트라이크존 안에 투구를 꽂아넣은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볼넷으로 루상의 주자가 늘어나고 다시 존에 집어넣으면 크게 얻어맞고 하는 패턴으로 팀과 투수 본인 모두 곤경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단타조차 쉽게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는 게 가장 좋지만 안타를 맞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생존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버티는 모습만 반복된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에는 부족하지만 한국 커리어의 초기 단계라면 생존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속 팀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면, 시즌이 끝난 뒤에 동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 리그 정점을 향하라

타자와 마찬가지로 투수도 2년차가 되면 전년의 활약을 재현한다는 보장은 없다. 상대 팀도 이 투수의 약점을 세세한 분석을 통해 확인했고, 이에 따라 더 정밀한 공략법을 들고 나오게 된다공을 던질 때 어떤 버릇이 있는지, 이 구종을 어느 코스에 잘 던지고 어떤 카운트에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가 계산이 선다면 첫 시즌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본연의 피칭을 포기할 순 없다. 위닝샷을 더 갈고 다듬어 상대 타자가 알고도 칠 수 없는 포인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디셉션의 도움을 받아온 투수라면 이것이 파훼되지 않도록 폼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고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투구 버릇이 있었다면 수정도 필요하다. 통하지 않는 구종이라면 대체를 하거나 봉인을 하면 되니만큼, 외인 투수들에게는 약점 보완보다는 강점의 유지와 강화가 생존의 열쇠가 된다.

단, 확실히 고쳐야 할 약점은 있다. 외인 투수 중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마운드에서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종종 있다.

첫 해에는 투구내용이 좋다면 감수해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팀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승부욕의 표출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더라도,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적 하락이 올 경우 재계약 실패를 저울질하는데 이 약점은 요주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어 최대한 제어해야 한다.

투수코치나 동료 투수들로부터 본인이 개발할 수 있을만한 구종을 발견한다면,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올해 20승을 거둔 알칸타라의 새로운 위닝샷이 된 스플리터와 강화한 슬라이더는 kt에 있었다면 추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현역시절 슬라이더를 즐겨던진 정재훈 코치나 스플리터 계열을 주무기로 삼는 이용찬 투수의 존재가 있어 이러한 시도를 했고 본인에게 잘 맞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여기에 포심의 비중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 시너지가 난 것도 호재였다.

<알칸타라의 레퍼토리 변화>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이처럼 신 구종 장착에 성공한다면 자신에게 익숙해진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신구종의 장착이 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2년차에도 여전히 까다롭고 안정감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롱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수는 9개의 포지션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부분이 바뀌면 여러 플랜을 구상할 수 있지만 계산이 서는 선발 투수가 부족한 KBO리그 현실상 검증된 외인 선발은 부상이나 이적 변수가 없는한 가능한 잔류시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 최장수 외인 투수의 비결

2020년 현역 최장수 외국인투수로 활약한 투수는 키움에서 4년을 보낸 제이크 브리검이었다. 

브리검은 포심이 아닌 변형 패스트볼(싱커)을 주로 구사하며, 커브와 슬라이더를 비슷한 비율로 던지는 투수로 2가지 위닝샷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원래는 슬라이더 투수였지만 지난해 부터 커브가 한 단계 더 올라서면서 한층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좌타자를 상대하는 체인지업은 슬라이더와 좋은 조합을 이루며 좌-우타자 공략이 잘 이뤄졌다.

비록 2018시즌의 이닝 1위를 제외하면 이닝을 아주 많이 소화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고, 올해는 아예 내구성에까지 문제를 드러내면서 107이닝만을 소화하는데 그치는 바람에 5년차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좋았을 때의 구위만큼은 출중했기에 몸 상태에 문제만 없다면 내년 시즌 중이라도 다시 선택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KBO에서 8번의 시즌 동안 4개 팀의 선택을 받은 헨리 소사처럼 그도 어떤 형태로든 KBO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설적인 외국인 투수로 KBO에서 100승을 거둔 니퍼트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라는 강력한 두 축을 내세워 다른 구종들이 보조를 하는 형태로 레퍼토리를 운용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2m가 넘는 큰 키에서 비롯된 높은 릴리즈 포인트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패스트볼은 연도별로 편차만 약간 있었을 뿐 꾸준히 좋은 위력을 보였고 마운드 운용도 차분하게 잘 해냈다.

물론 극도로 타고 투저성향이 심했던 시기엔 니퍼트 역시 힘에 부쳤고 5점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도 기록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를 장수 외국인으로 이끌고 변함없이 리그 최고 클래스 투수로 남도록 한 건 끝까지 자신의 장점을 사수한 것에 있다. 

자신의 주무기를 잘 다져서 기초를 탄탄히 해놓은 투수라면 KBO에서 롱런은 물론 상위 리그로 도약도 가능하다. 니퍼트의 경우처럼 투구에 있어서 확실한 축을 삼을만한 강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면 KBO에서 오랜 활약을 보일 수 있다.



# 한국행을 고민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있게 구사할 수 있는 확실한 결정구 하나는 꼭 준비가 되어야 한다. 위닝샷으로 불릴 구종이 없는 투수는 어떤 레퍼토리를 구성해도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투피치 투수인 프리드릭(2019 NC)이 2점대로 시즌을 마친 반면, 5개 구종 중 4가지를 10% 이상씩 던져온 라이트는 NC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구종가치 대부분이 마이너스로 기록된 라이트와 달리 프리드릭은 패스트볼-슬라이더 조합만으로 2019시즌 리그 선발투수 구종별 구종가치 Top 10에 입성했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확실한 무기가 있다면 구종이 단조로운 것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애매한 구종만을 늘어놓는다면 한국에 오더라도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트리플A vs MLB vs KBO 장타 관련 지표>

기록 출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피홈런에 대한 부담은 KBO리그가 미국보다 확실히 덜하다. 

'홈런의 시대'라고 불릴만큼 많은 홈런이 양산되는 메이저리그와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테스트한 2019시즌 트리플A를 보면 투수들의 성적을 액면 그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고 현상이 극심했다.

KBO리그도 홈런 생산이 이전보다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9이닝 당 1개 수준이 안되고, 타고투저 시기의 .150~.160 수준의 리그 순수장타율이 작년 .117, 올해 .136으로 완화됐다. 타고 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인 것임을 감안하면, 구위와 커맨드만 받쳐주면 충분히 좋은 활약이 가능하다

변수는 미국과는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될 것이다. 생경한 존에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하고, 타이트한 존을 마주하면 투수는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다수 KBO 구단은 구속-구위는 리그 수준차로 상쇄할 것을 기대하고 커맨드를 겸비한 투수들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50km/h을 넘어도 평균 구속으로는 하위권 (미국은 선발도 리그 평균이 150km/h를 넘긴다)에 속하는 투수들이 주로 영입된다.  확실한 주무기를 가지고 있고 스트라이크존 적응 능력이 좋은 투수일 수록 리그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

[기록 및 사진: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각 구단,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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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정강민 칼럼니스트/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카툰: 최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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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이야기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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